자출족이 되다

밴쿠버에서 자출족이 되는 건 꽤나 쉬운 일이다. 인구도 그다지 많지 않고, 고로 도로 위에 차도 서울에 비하면 거의 없는 편. 게다가 도로 역시 그렇게 넓지 않다. 물론 교통량이 많은 6, 8차선 도로를 달리는 건 여기에서도 역시 위험한 일이지만, 바둑판으로 도로가 짜여진 벤쿠버에선 몇 블록만 가면 넓은 도로와 평행을 이루는 자전거 우선 도로를 바로 만날 수 있다. 표지판 역시 친절하여 특별한 지도 없이 자전거 도로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설혹 차가 많은 도로를 만난다 해도 자전거를 위한 차선를 따라 가면 그렇게 위험하지만은 않다.


7월 1일을 기해, 난 자출족이 되었다! 버스용 monthly pass도 팔아치웠다! 벌써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한지 10일이 넘어간다! 으쓱으쓱

밴쿠버에 도착한 후 헬멧을 쓰고 자전거용 복장을 하고 쓱쓱 달리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란 생각을 한 지는 꽤 시간이 흘렀으나, 자전거가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는 말에 쉽게 용기를 내지 못했더랬다. 공짜로 얻으면 모를까.. -.-; 그런데 우연히 공짜로 자전거를 얻게 되었다!! 록키여행 도중 만나게 된 건실한 한국인 청년에게!! - 이 자리를 빌려 그 건실청년에게 감사의 말씀을. 바라시는 대로 큰 부자되시길~. 잠깐 밴쿠버 여행을 온 그 청년 역시 빅토리아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인에게 그 자전거를 얻었다고 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지!!

꽤나 낡아있고 여기저기 녹이 쓸어 곧 쓰러질 듯 보이지만 생각보다 잘 달린다. 원래 6단 기어인 오래된 자전거인데다 그나마 있는 왼쪽 기어가 고장나 3단만 사용할 수 있지만, 나의 튼튼한 다리로 웬만한 오르막은 커버가능하다. 기름칠이 잘 안되어 있어 페달 밟는 소리가 거슬리기도 하지만, 그건 나중에 자전거 가게에 가서 약간만 손보면 될 일이다. 정말 훌륭하지 않은가?

이제 밴쿠버 시내 안을 이동할 때는 자전거를 이용한다. 토요일에 이스트 밴쿠버에서 키칠라노 해변까지 가는 데에도 자전거를 이용했다. 50분정도가 걸렸는데, 버스 이용 시간과 정확히 같다. - 물론 버스정류장에 걸어가 기다리는 시간까지 포함한 시간이다. 출퇴근하는 SFU 다운타운 캠퍼스까지 가는 데에 약 20-25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버스로는 20-30분정도 걸리니 심지어 더 빨리 도착할 때도 있다. 지지난 주 일요일엔 false creek에서 스탠리 파크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따라 라이딩을 했다. 그 바람과 그 풍경이라니. 이건 완전 천국이다. 

다만 출퇴근시 무거운 가방이 나의 라이딩을 힘들게 하지만, 이소룡도 모래주머니를 차고 해변을 달렸다. 벌써 다리 근육이 단단해진 것 같다. 

서울에 가서도 자출족이 될 수 있으면 좋을텐데.. 매일 자전거를 타는 것이 가능한 일이지 모르겠지만 시도는 해볼란다. 밴쿠버에서 숨겨져있던 스포츠인으로서의 끼와 재능을 발견하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한국에서 게을렀던 건, 게으른 천성 탓이 아니라 환경탓이었던 게다.

7월 중순에 다운타운으로 다시 이사를 오게 되면 적합한 자전거 도로를 다시 찾아야겠지만, 나름 즐거운 경험일 것이다. 어쩌면 자전거로 버나비 마운틴에 있는 SFU를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왓, 굉장하잖아! 

여튼, 이 자전거가 내가 한국에 돌아갈 때까지 잘 버텨만 주길 바랄 뿐. 이제 자출족 생활을 즐길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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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여행을 모두 정리하기 전 7월 수업이 시작되었다. 거의 매일 9시 반부터 4시 반까지. 이렇게 수업듣는 게 몇 십 년이 지난 듯 하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 약간 한숨돌릴 여유가 생겨, 우선 자랑질을 한다. 음화홧. 그동안 어찌나 입이 근질거렸는지.

미룬 일들이 코 앞에 쌓여있고 8월달 발표도 점점 다가오지만, 나름 여유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듯. 밴쿠버라서 그런가?

# 이사를 결정하였다. 새로 살게 될 곳은, 나를 친절하게 거두어 주시고 친구들을 데리고 가도 잘 받아주셨던 박봉님이 지내셨던 웨스트 엔드의 그 곳이다. 돈은 비록 부담이 되지만 그래도 앞으로 다가올 긴 밤들과 추운 겨울에 대비하기 위해, 서향의 차가운 방과 찬 물을 버리고 간다. 그리고 9월까지 나의 집에 올 방문객들과 잘 즐겨볼 예정.  

# 밴쿠버에 도착한 후 벌써 4달째로 접어들었다. 시간이 정말 빠르다. 눈을 커다랗게 뜨고 놓치는 것 없이 계획했던 모든 일들을 착실히 해나가야 한다. 시간이 계속 가고 있다. 

by 시바 | 2009/07/14 09:45 | *혼자놀기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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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리리 at 2009/07/15 20:08
오호~ 그 청년은 계획대로 록키를 잘 다녀왔다던가?
이제 심장 두근거리며 뻐스탈 일 없게 된 거 축하한다 ^^ 어쨌든 안전조심!

평소의 가방을 메고 이스트엔드에서 키칠라노해변까지? 역시 무쇠다리구랴.
(나의 팔은 무쇠팔이니 2단합체하면 세계정복도 가능하겠다.)

벤쿠버는 이미 희미해져가고 있어. 이미 제주도, 청산도랑 한 묶음으로 정리분류되었다.
Commented by 시바 at 2009/07/18 06:16
그 청년은 사실 록키를 못갔다네. 원래 나에게 넘기기로 했던 훨씬 좋은 자전거를 도난당했다고 하더군. 록키투어에서 돌아와보니 없어졌다더군. 그래서 그냥 터덜터덜 빅토리아를 다시 갔다가 웬 한국인 아저씨를 만나 낡은 자전거를 얻게 되었다는! 그 자전거가 지금 나에게 와 있지. 그 다음 휘슬러를 자전거타고 가려고 시도했는데, 자전거에 펑크가 나서 다시 돌아왔다고 하더군. 파란만장한 밴쿠버 여행이었다지.

벌써 희미해지고 있군, 이 곳이. 나도 여행의 기억은 남은 것이 많지 않은 듯. 얼마전 사진 정리하면서 그랬었지 싶더라구. 너와 틈틈에게 곧 사진을 보내마.. 지난 주말에 하려했는데, 결국 뻗어있느라 실패. 풀타임 수업듣는 학생, 쉽지 않다.
하지만 벌써 제주도, 청산도와 한 묶음이라니.. 어서 우리 남은 과제들을 끝내고 내년 여행을 기획해봐야겠군. 크핫.

너의 팔과 나의 다리만 합체하면 좋은데, 어찌 우리가 만나면 늘어지는 것까지 합체가 되어 버리는지. 세계정복 앞두고 늘어져서 가능하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Commented by 냥이친구 at 2009/07/16 07:26
내 자전거랑 비슷하게 생겼네. 사진으로는 내 것보다 훨씬 새것 같은데...
어쨌든 그대의 도전정신과 체력에 박수를 보내오. ^-^ 다닐 때 차 조심하고 사람 조심하고.. 무슨 의미인지 알지?! ^-^;;
Commented by 시바 at 2009/07/18 06:21
흠.. 그게 바로 사진의 뽀샵효과! 사실 자세히 보면 여기저기 쓸어있는 녹이 보인다는. 바퀴도 전부 갈라져있다네. 대신 도난의 우려가 없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지. 훗.

확실히 자전거를 타고 다닐수록 캐나디언 라이더들처럼 되는 듯. 정지 사인 무시하고 신호등 눈치보고 가끔 인도로도 다니고.. -.-; 어찌 이런 건 빨리 배우는 걸까? (영어와 달리 말이지..)

사람조심이라.. (모른 척) 알았다니까. 요즘 삥 안 뜯어! ㅎㅎ
Commented by 틈틈 at 2009/07/19 14:21
하하하...간만의 글이라 무지 반갑고 내용 또한 무지 즐겁구려

무쇠다리와 무쇠팔을 지니신 두 분께서(닥과 리리)
길눈이 약간 어두우신것 같아
세계정복이 가능하실까..약간 걱정이오. 히히히...

안뇽~~난 요늠 핸드폰에 저장해 둔 벤쿠버 여행사진을 틈틈이 보는것이 낙이라오^^
Commented by 시바 at 2009/07/20 14:41
하하하하하하. 네 눈과 바지런떨기를 포함하면야 뭔들 문제가 되겠나.

안그래도 사진을 보내려고 시도하였으나, 용량이 커서 계속 실패하네. 나누어서 시도하는 중. 쉽지는 않다. 흠.

아 그리고 나 오늘 박봉집으로 이사했소!!! 앞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아갈 일이 남은 게지.
Commented by 치킨피드 at 2009/07/20 09:55
앗. 아시는 분들 댓글 잔뜩. 리리, 틈틈 안녕하시와요. 흐흐.
저의 미모까지 합체하면 그야말로 세계정복 가능. 으하하
저도 친구들과 록키다녀왔어요. 내내 비가 왔던지라, 그 풍경이
왕팡 차이나지만(시바의 사진을 봤다우. 괜히 봤나봥. 쳇.)
그래도 친구들과의 여행은 재미나더군요. 리리님은 설정컷의 여왕~~^^.
Commented by 시바 at 2009/07/20 14:43
푸하하하하하. "미모"라는 단어가 등장하리라곤 상상을 못했어. 하지만 확실히 합체에 저해가 되는 요소를 알고는 있지. 박봉의 저질체력!

나도 박봉과 탁이님의 록키 사진을 오늘 봤어. 음. 우리의 피곤했던 그 여행이 나름 자랑스러워지며 빨리 포스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참고로 박봉 블로그에 벌써 록키 여행 포스팅이 올라왔슴다. 구경가보시길~
Commented by 0주 at 2009/07/21 18:36
ㅎㅎㅎ
난 들어올 때마다 '자출족'을 '지출족'으로 봤다.
그래서 캐나다서 이리저리 지출을 하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모양일세라고 생각하고 있었네 ㅋㅋㅋ
글을 읽지는 않고 제목만 본거지..ㅋㅋㅋ
그러다 사진을 보며 참 이상타 생각했는데
글을 보니 '자출족'이더고만..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너도 돌아올 때 누군가에게 전해주고 오면 좋겠고만..

근데 이사를 했다고? 왜????
Commented by 인경과 짜장 at 2009/08/13 01:07
자출족이군요~ 우왓~ 캐나다에서 자출족이라니 왠지 우아한 느낌. ^^
전 얼마전에 제 고운 자전거를 도난당했지요. ㅠ.ㅠ 아직 실감이 안나서.. 드나들때마다 자전거 서있던 자리를 바라보곤 한답니다. 흑흑

서울 오시장이 자전거 도로를 만들고, 얼마전에는 MB가 자전거 산업을 녹생성장시대의 전략산업으로 삼겠다며 국내 기술단들을 소집했다는 뉴스가
언론에 뜨더라구요.. IT자전거, 정보자전거.. 뭐 이런 걸 만들겠데요.. 자전거를 좋아하는 저지만.. 이 뉴스엔 코웃음+울화만 치밀더라구요. ^^;;

어딘가.. 가버린 자전거를 맘껏 그리워하다가.. 저도 조만간 다시 자전거를 마련해야겠죠~ ^^ 담에 한국에서 라이딩을 함께~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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